IMF 총재직 놓고 유럽·아시아 각축…"신흥국 경제력 성장 감안해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범죄 파문으로 낙마하면서 후임 총재 자리를 놓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이 서로 자기네가 맡아야 한다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현재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는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유럽인이 이번에도 총재직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아시아에서는 지난 몇년간 아시아의 위상이 크게 올라간 만큼 새 총재 선출에도 이런 사정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국제사회에서 긴급구제금융을 담당하는 IMF 총재 자리는 지난 60년 역사 동안 항상 유럽인이 맡아왔지만 최근 지역간 경제력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이제 다른 지역에도 문호가 개방됐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해소해야 하는 긴박한 시점에서 유럽인이 총재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은 19일 일제히 유럽인이 IMF 총재를 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55) 재무장관으로 표를 몰아주는 분위기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9일 저녁 "라가르드 장관은 IMF 총재로 아주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라가르드 장관 본인도 총재직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미국도 일단 아시아보다는 유럽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IMF 총재는 187개 회원국별 지분율에 비례한 투표권(voting power)의 과반수를 얻어야 선출되기 때문에 지분이 큰 미국과 유럽의 의사가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신흥 국가들은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력이 상승한만큼 IMF의 고위직에도 아시아인이 진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